▣ 추억의 앨범/좋은글

내 나이 가을에서야

승 리 2015. 11. 25. 22:18

 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내 나이 가을에서야

 

 

젊었을 적

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

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.

 

내 밥그릇이 가득 차서

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.

 

사랑을 받기만 하고

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.

 

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

 

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도 바래고

향기도 옅어지면서

은은히 풍겨오는 다른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.

 

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.

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.

 

이제서야 보이는

이제서야 들리는

내 삶의 늦은 깨달음!

 

이제는

 

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.

 

내 밥그릇 보다

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.

 

받은 사랑을 잘 키워서

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.

 

내 나이 가을에서야

세상이 보였습니다.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~~퍼온글~~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안동 주산지(2014)